제주도에 있는 동안 달력을 보지 않으니,
날짜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가늠할 수가 없더군요.
그냥 하루가 지난 것이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느꼈습니다. 예전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으리라.
그저 달이 차면 얼마가 지났으려니...
달이 몇몇번 차고 기울면, 뭐 할때가 되었으리... ^^;
제주도의 생활이 그러했습니다.
며칠인지는 모르지만,
고산기상대에는 에어로존데(무인 기상관측뱅기)팀이 있고,
모슬포비행장에는 레윈존데팀이 있었습니다.
고산에 있는 팀은 아마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슬포 비행장에 있는 팀은 이 곳에 사람을 떨어떠리고, 차가 가버리면 그냥 고립무원 그 자체였습니다.
교통수단이 없으니, 어디 딴데 갈 수도 없고, 자연에 같힌, 자유로운 감옥과 같았습니다.
뱅장에서 보니, 저 바닷가가 가까워 보였습니다.
쭉 걸어가면 바닷가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존데를 띄우고 나서, 좀 있다보니 심심했습니다.
그랴서 무작정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앞에 말 한마리가 울고 있습니다.
방목한 것은 아니고, 땅에 묶여져 있었습니다.
묶여 있긴 했지만, 은근히 무서버서리, 말을 멀리 비켜서 계속 걸어 갔습니다.
예상한 대로 바다가 저앞에 보입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구멍이 쑹쑹 뚫린 현무암 바우들이 나를 반깁니다.
그 구멍사이로 바다가 나도 여기있다고, 힘차게 물거품을 일으킵니다.
저 앞에 섬이 하나 보입니다. 저게 뭔 섬일라나? 가파도가 아닐까 지금 생각해 봅니다.
멍하니 파도소리를 들으며, 따가운 가을 햇살을 느끼며 해변가 바다에 걸터 앉았습니다.
또다시 제주도 바닷물 몇 사발을 들이킵니다. 이렇게 마시는 바다물은 짜지 않습니다. ^^;
바닷물이 내 입으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이미 바우들이 그 기운을 다 마셔버립니다.
좀더 바다에 가깝게 다가갑니다.
꺼먼 모래들이, 아무도 침범한 적이 없다는 듯이 나의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푹푹 꺼집니다.
조심조심 바닷가로 다가갑니다.
마음으로는 저 바다를 마음껏 들이 마시고 싶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바다는 내 손바닥만큼 뿐입니다.
마치 어린아이의 여린 손처럼, 수줍은 처녀의 손짓처럼 바다는 내손을 가볍게 슬며시 스치고는 재빠르게 도망쳐 버립니다.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T__T
다음 글에서 다시 뵜겠습니다...
Posted by 다꺼